뭔가 간절해서 시작한 다이어트
올해 초, 체중이 확 늘어난 게 느껴지던 시점이었어요. 거울을 보면 얼굴이 붓고, 바지는 점점 작아지고, 아침에 일어날 때 무릎이 욱신거리는 게 ‘이건 몸이 보내는 신호구나’ 싶더라고요. 매년 1월엔 항상 다이어트 결심을 하곤 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났죠.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린 영상 하나가 있었어요. “원푸드 다이어트 3일 만에 3kg 감량 성공!” 제목부터가 확 끌리더라고요. 거기다 댓글엔 ‘효과 직빵이다’, ‘배고파도 버틸 만하다’, 이런 말이 많아서, 순간 혹했어요.
뭔가 특별한 방법은 못 하겠고, 복잡한 레시피도 자신 없고, 간단하게 먹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혹해서 저도 원푸드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선택한 건 ‘바나나’. 일단 구하기 쉽고, 과일이니까 칼로리도 적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과는 정말 예상과 많이 달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절대 다시는 그렇게 안 할 거 같아요.
시작 계기: 급하게 살을 빼야 했던 이유
가족 행사 D-7, 어쩔 수 없는 선택
사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이어트를 결심한 데엔 이유가 있었어요. 일주일 뒤 장인어른 생신으로 가족 모임이 잡혀 있었거든요. 문제는 그 모임에 처가 식구들 전부가 모이는 날이라, 평소보다 외모에 더 신경이 쓰였어요.
작년엔 그래도 체중이 지금보단 덜 나갔고, 슬랙스가 맞았는데 올해는 완전 쫄리는 상태였죠.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오빠 작년에 입은 셔츠 요즘은 좀 작아보여”가 결정타였어요. 얼굴은 안 붓는다고 생각했는데, 가족들 보기 전에 뭔가 정리는 하고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바나나로 시작된 원푸드 다이어트.
주변에서 효과 봤다는 말에 솔깃했던 나
지인 중 한 명이 실제로 토마토만 먹고 5일 만에 4kg을 뺐다는 말을 해줬어요. 얼굴살이 쏙 빠졌다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신나서 얘기하는데, 듣고 있자니 “나도 해봐야겠다” 싶었죠. 그게 불씨가 돼서 바나나 원푸드를 택하게 됐어요.
첫날, 생각보다 괜찮았던 시작
오전까지는 ‘할 만하네’ 싶었어요
첫날 아침, 바나나 두 개를 간단히 먹었어요. 배는 살짝 고팠지만, 당분 덕분인지 포만감이 좀 느껴졌고, 물을 많이 마시니까 괜찮더라고요. 점심에도 바나나 두 개, 저녁엔 한 개로 버텼어요.
처음 하루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평소처럼 간식을 안 먹는 게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바나나로만 채워 넣으니까 되게 단순해서 스트레스가 덜했죠. 하루 종일 일하면서 오히려 식사 준비할 필요도 없어서 편하긴 하더라고요.
둘째 날, 몸의 변화가 느껴졌어요
공복감이 확 몰려오고, 집중력 저하
둘째 날 아침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어요. 일어나자마자 기운이 없고,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배는 고픈데 바나나 외엔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압박처럼 느껴졌어요.
그날 회의 시간에 집중이 안 됐고, 평소보다 말수도 줄었어요.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치킨 시켜 먹는 냄새가 진짜 고문처럼 느껴졌고요. 무슨 맛인지 상상만으로 침이 고이고,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지?’ 싶었죠.
물론 체중은 빠지긴 했어요.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니 1.2kg 빠졌더라고요. 신기했죠. 이게 바로 원푸드 다이어트의 힘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셋째 날, 확실히 이상해진 몸의 반응
배는 안 고픈데 손발이 차가워짐
세 번째 날부터는 공복감보다 무기력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배는 이상하게 안 고픈데, 기운이 없고 손끝이 차가웠어요. 오후 3시쯤엔 책상 앞에서 꾸벅 졸기까지 했어요. 그때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살을 빼기보단 기초 기능을 줄이는 느낌? 무언가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속이 더부룩했고, 대변도 잘 안 나와서 답답했어요.
운동도 병행하려 했는데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요. 단순히 체중이 빠진 게 아니라 체력 자체가 빠진 느낌?
네 번째 날, 결국 포기 선언
강제로 바나나 입에 넣다 토할 뻔함
아침에 바나나를 보는데 손이 안 가더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먹기 싫은 음식처럼 느껴졌어요. 입에 억지로 넣었다가 울렁거림이 올라와서 결국 반쯤 먹다 내려놨어요.
그때 느꼈죠.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구나. 살이 좀 빠졌다 해도 이런 방식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서까지 살을 뺀다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중단했어요. 그날 점심부터는 오트밀이랑 삶은 계란으로 간단하게 회복식 먹으면서 천천히 식단을 정리했어요.
일주일 후, 반등과 회복
체중은 다시 올라왔지만 후회는 안 해요
중단하고 3일쯤 지나니까 체중이 다시 1kg 가까이 올라왔어요. 수분 빠졌던 게 다시 돌아온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오히려 “내가 무리한 다이어트는 절대 안 맞는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됐고, 진짜 중요한 건 꾸준한 식단 관리랑 운동이라는 사실도 체감했어요.
지금은 하루 두 끼는 건강식으로 먹고, 저녁에 30분 걷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도 일주일에 0.5kg 정도는 빠지더라고요. 무리하지 않고, 먹고 싶은 것도 가끔 먹으면서요.
느낀 점: 빠른 감량보다 중요한 것들
이 원푸드 다이어트 경험 덕분에 ‘빠르게 살 빼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어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어떤 음식이 맞는지 다르니까,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면 안 되더라고요. 저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에 집착해서 너무 무리했고, 그로 인해 몸에 부담만 줬어요.
이제는 천천히, 내 몸의 컨디션을 살피면서 건강하게 빼고 있어요. 바나나는 다시 잘 안 먹게 됐지만요.
독자에게 드리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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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푸드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보단 수분 빠짐과 체력 저하가 먼저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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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에 꼭 자기 몸 상태를 고려하세요. 평소 저혈압, 위장 문제 있으면 더 위험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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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2~3일만 하고 그 이후엔 반드시 회복식과 일반식으로 전환하는 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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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거예요.
한 줄 요약
원푸드 다이어트, 빠르게 빠지는 만큼 부작용도 빠르게 옵니다. 내 몸에 맞는 방식이 진짜 정답이에요.